AI와 학습 효과
요새 저는 12기 연수생과 같이 수업 듣고 문제 풉니다. 단, 저는, 다른 연수생과 달리, AI의 도움을 받습니다.
언어 기초부터 자료 구조, 병행성을 거쳐 네트워크 앱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전문 프로그래머가 갖추어야 할 내공’ 기초를 다지는 게 이 단계 학습 목표입니다. 수 주간 ‘일부러’ AI와 함께 단계별 TODO에 따라 코드를 채워가는데, 문제를 채 읽기도 전에 답이 채워집니다. 경험을 통해 짐작하시다시피, 답지를 앞에 펼쳐 두고 수학 문제집을 푸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런 기초 프로그래밍 훈련 단계에서 AI가 학습 효과에 어떤 영향을 줄지 예측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AI의 도움을 받으면, 생성(Generation)과 인출(Retrieval) (1)반복해서 정보를 단순히 본 것보다, 기억에서 꺼내려고 하는 노력(인출)이나 스스로 생성해내려는 노력이 장기 기억을 강화한다는 인지과학 원리. 자세한 내용은 Testing effect - Wikipedia 참고. 같은 학습 효과를 얻기 위해서 장치해 두었던 바람직한 어려움(Desirable Difficulties) (2)학습 과정에서 약간의 어려움이 있을 때, 장기적인 이해와 기억, 전이가 더 잘 일어난다는 교육심리학 원리. 자세한 내용은 Desirable difficulty - Wikipedia 참고. 이 깡그리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에 따라 학습 속도가 오르는 만큼 학습 효과는 줄어들겠죠. AI 도움을 받아 글쓰기 공부를 하면, 인지 부채(Cognitive Debt)가 쌓인다는 주장 (3)MIT 연구에서는 ChatGPT 사용 그룹이 뇌 활동, 기억 유지, 자기 몰입이 가장 낮았으며, “메타인지적 게으름(metacognitive laziness)“이 장기적 학습 정체나 퇴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했다. 자세한 내용은 TIME, Laptop Mag 참고. 이 사실일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추측으로 결론짓기 앞서 무언가를 새로 배우고 익혀야 하는 처지에서 어떤 학습 경험을 하게 될는지를 실제로 겪어보고 싶었습니다.
다음 주부터 새 단계가 시작되는 지금에 이르러, 제 생각에, AI 도움 코딩은, 첫 단계 기초 교육에서 만큼은, 적어도 지금 NHN 아카데미 교수법에 전혀 안 맞습니다. AI를 쓰면 학습 효과가 떨어집니다.
현 NHN 아카데미 교수법은 거꾸로 교실 방식과 비슷합니다. 점진 나선형 방식으로 단계별 개발 과제를 주고, 이전 기수에서 인턴(TA)을 뽑아 비계(Scaffolding) (4)교육심리학에서 학습자가 혼자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를 교사나 더 유능한 또래의 도움을 받아 수행할 수 있도록 임시적 지원을 제공하는 교수법. 비고츠키(Vygotsky)의 근접발달영역(Zone of Proximal Development) 이론에 기반한다. 역할을 맡기고, 멘토가 TA와 함께 개인/그룹별 밀착 지도를 합니다. 코드 채우기에서 애플리케이션 완성에 이르기까지 점진 개선하는 과정을 TODO로 만들어 나눠주고 스스로 동료와 함께 탐구 학습합니다. 이런 과정을 따라잡기 어려워하는 연수생이 생각보다 많아서, 혹 AI가 TA처럼 비계 역할을 해 줄 수 있을까 생각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물론 학습 단계가 올라가서 애플리케이션 복잡해지고 팀워크가 일상이 되는 수준에 이르면 또 다른 경험을 하게 될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