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자마자 가겠다.

광주 민주화 광장 아래 ACC

또 봄이 오자마자 가겠다.

놓칠까 아쉬워 다급히 내린 커피 한 잔 덜렁 들고 광장으로 걸었다.
가는 길 내내 귓 속에는 온 천지 서로 죽이고 부시느라 난리다.
내가 뭐라고 귀가 막막하고 오른 쪽 눈썹마저 절로 어색하다. 내가 뭐라고.

돌이켜보면 어제와 똑 같이
미칠만큼 따분한 오늘이 오기를 바라며
그토록 오랜 세월을 거쳐 겨우 여기에 이르렀는데
사람들은 벌써 까마득히 다 잊었다.

어린 늙은 가릴 것 없이
무참히도 서로를 짓이기기 바쁘다.

다 그럴만하다고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고작.
그래 그렇게 지겨운 나날은
시작도 하기 전에 끝장이 났다.

광장에는 때마침 사람이 적어
붉어진 낯빛이 드러날 걱정 없이
무심코 서있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만

봄이 머무를 곳 없어 오자마자 가려는 광장은
그지 없이 한심하고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