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자마자 가겠다.

봄이 오자마자 가겠다 싶어, 아쉬운 마음에 때를 놓칠까
커피 한 잔 덜렁 들고 버릇처럼 광장으로 걸었다.
가는 내내 들려오는 전쟁 얘기에
오른쪽 눈썹이 절로 움찔댄다.
어제 같은 오늘
미칠 만큼 따분한 나날을 그토록 바라오다
까마득한 세월 딛고 이제사 겨우 여긴데
그맘새 질리고 질려서 서로를 짓이기기 바쁘다.
광장은 때마침 고요한 아침이라
붉힌 낯빛 들키지 않은 채로
커피 한 잔 마실 짬을 내주기는 하는데
짧은 봄조차 머무를 곳 없는 이 시절은
그지없이 한심하기만 하다.